안양은 무엇이 지켜줄까요? | |||||||
김인봉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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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이 주최하는 ‘우면산 숲 속의 서울이야기’ 인문학 강의는 숲속 강의실에서 서울의 건축 이야기하며 공공예술 이야기며 풍수지리이야기까지 이런저런 내용으로 매달 서울의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16일(월) 여섯 번째 강의에서는 유재원 한국외대 그리스·불가리아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옛날 서울말, 오늘 서울말 그리고 서울 사투리’란 주제로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의 말과 언어 그리고 서울말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대문 안에서 나시고 아흔이 넘도록 서울서 살아오신 어머님을 두신 덕택에 서울말을 나면서부터 익혔고 또 산업화의 격변기따라 말의 변화 또한 격심했던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 그리스로 유학을 떠나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느라 공부한 덕분에 고스란히 서울말(서울사투리)을 간직 할 수 있었고, 귀국한 뒤에 또 2대 이상 서울에서 살아오신 분들의 서울말을 채록하는 작업 덕분에 서울말을 완벽하게 굳혀 구사할 수 있으시다고 자칭 서울말 무형문화재라시며 “앵경, 핵교, 팬지 등 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사람들만 쓰던 사투리가 따로 있었고 심지어 사대문 안과 밖이 다르고 영등포, 종로 등 지역별로도 표현과 발음이 각기 달랐다”면서 이렇게 생기있던 서울말이 70년대 말, 80년대를 거치면서 왜 급격하게 사라졌는지 또 ‘새 세 마리’와 같은 발음들을 왜 못하게 됐는지, 같은 한자인데 우리가 쓰는 물건과 부동산에서 쓰는 물건이 왜 다르게 발음되는지 등 자세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말이 변하면 그만큼 후세들과 소통이 어려워진다고 하셨습니다. 아일랜드는 천 년 전의 말과 지금의 말이 거의 비슷하고 한자는 수천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덕분에 옛날 책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훈민정음 시대의 글은 고사하고 불과 몇십 년 전의 책도 제대로 읽어낼 수 없게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옛 지혜를 전승하기 위해 크나큰 사회적 비용을 무는 셈이지요. 말이 바뀌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지키는 것이 역사가 고이는 것 어닐까 합니다.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바닷속 농사를 짓는 사람들 말이 사라지면 그 사람들의 지혜도 사라진다며 사투리를 지켜야 한다는 말씀은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전하지 못하는 울림이 전해왔습니다. 우리 안양에서 유 교수님의 어머님과 같은 삶의 도서관에 담겨있는 지혜를 보전하는 일을 ‘(주)이야기너머’가 하고 있는데요. 이런 일들이 안양을 지키는 일이겠지요? 담배촌이라는 마을이름을 이제는 듣기 어려운데, 안양의 삶이 담긴 마을 이름이 이런저른 이유로 사라지고 비틀어지고 바뀌고 있는 현실도 안양이 급변한다는 것이겠지요? 그 속에 살고 계시는 사람과 그 삶에 녹아있는 지혜가 증발하고 있지나 않을까요?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안양에만 녹아 있는 삶의 지혜를 잘 보전하는 것이 안양의 축제였으면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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