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참 마음이 어둡습니다.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할 것 없이 두드리는데 조그마한 동네신문에서까지 나서야 할 일은 아니라 여겨 따로 다루지는 않아왔습니다만 몸이 병들게 된 데에는 대개 뿌리부터 상해서라고 생각하기에 우리 지역에서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스무 살 무렵 구로동에서 친구와 자취할 때입니다. 이웃 아저씨들이 심심한데 고스톱 한 판 치자고 하셔서 친구와 함께 다섯 명이 어울린 적이 있습니다.
처음 배운 화투에다 내기 화투라 무척 긴장됐는데 옆방 아저씨가 너무나 잘 쳐 순식간에 높은 점수를 낼 것만 같아 같이 치던 친구에게 꼭 필요한 패를 슬그머니 내놓았더랬습니다. 그것이 ‘독박’인줄 몰랐던 거지요. 아저씨에게 혼도 났지만 오로지 돈에 눈이 어두웠던 나머지 이성을 잃어버렸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 화투를 치는 제가 ‘독재타도’를 말하면 그 아저씨가 들었을까요? 그 부끄러움이 너무나 컸던 것 같습니다. 여즉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통합진보당 내부 부정 선거의 진위에 대해 굳이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밝혀지니 말이지요.
더구나 이거 굳이 누구 말을 빌지 않더라도 10년 전에도 아니 그 이전부터 그랬고 4년 전에도 그랬던 거잖아요.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권력다툼이 있는 곳에서는 모두가 그래왔던 거지요?
주소지를 옮겨서 당권을 장악하고, 사람이 주인이라면서도 경선을 앞두고 조합원들을 대거 가입시키고… 이런 일들이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에서는 되고 통합진보당에서는 왜 안 되냐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까지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는 사람’이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제인 것 같아요. 부끄러워해야 고칠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
고기 맛을 알아버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살쪄서 얼굴이 두꺼워지면 부끄러움을 잃잖아요.
시어머니를 욕하면서 시어머니를 닯아간다고… 며느리가 시어머니 되잖아요. 통합진보당이 미래의 새누리당인 거지요?
우리가 공개적인 비판에 소홀할 때, 이것이 관성이 돼 당연한 것처럼 돼버리니 부끄러움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지금 혼내는 것은 결코 지나치지 않습니다. 진작에 혼냈더라면 하는 만시지탄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다시금 일깨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부끄러운 일을 낱낱이 기록해서 다음 사람에게 전하는 일입니다.
그간 진보진영이 많은 일을 했고, 겪었습니다. 성공도 했고 그보다 더 큰 좌절과 시련도 겪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제대로 고여 있지 않아 맨날 되풀이해서 잘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렁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가만히 돌아보는 일입니다. 수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일입니다. 발버둥칠수록 더 빠질테지요.
우리가 겪었던 많은 일들을 잘 기록해서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지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잖아요. 풀뿌리에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