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의 민주화를 위하여
6월 민주 항쟁 20주년에 부쳐
6월항쟁이 어느덧 20주년이 되었다. 20년 전 중앙로를 메우고 안양경찰서까지 행진하던 민주의 함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9일 옛 안양 경찰서 자리에서 기념식을 갖고 행진을 한다고 한다. 폭압적인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상징이었던 안양경찰서를 타격함으로써 정권의 마지막 숨통을 조인 안양의 6월 26일 항쟁을 기려 20년의 그날 그 자리에서 기념토론회를 연다.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일수록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으레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게 되는 바이지만 올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라 전체로는 스스로 진보라 일컫던 노무현정부가 진보개혁세력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독단적으로 한미FTA를 밀어붙여 타결해내고, 청산되었다고 여긴 70년대 개발독재의 악령들이 다시 맹위를 떨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간 힘겹게 일구어온 민주주의가 다시 퇴보할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이 87년 6월과 그 후의 민주화과정이 이룬 그간의 성과를 무로 돌려야 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겪은 분단체제 아래 강고했던 억압구조를 감안한다면 87년 6월 항쟁은 현대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성취이자 자랑할 만한 민주주의의 쾌거다.
한국현대사에서 극적인 전환점을 이룬 87년 민주화는 보수신문과 기득권층의 강고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세력의 권위가 해체됨에 따라 대통령이건 재벌이건 그 누구도 군림할 수 없게 되는 등 결정적 후퇴 없이 꾸준히 지속되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민주주의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이 되었다.
하지만 폭압적인 군사정권을 해체하는 정치적 민주주의만을 무차별적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 라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우리 사회는 힘에 대한 쏠림 현상만 가속화하였다. 불균형한 민주주의로 오직 ‘나’만 잘살기 위한 한 길을 부끄럼없이 달음박질쳐온 것이다. 사회적 약자는 더욱 어려움으로 내몰렸다. 노동자들은 하루의 생계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장애인을 비롯한 약자들도 경쟁이라는 전쟁터에 아무런 배려없이 내몰리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민주진보세력이라 불리는 세력의 집권이후인 97년 이래 사회적 양극화가 한층 악화되고 있어 힘없는 서민은 치솟는 부동산값 이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멀어져가는 상실감과 무기력으로 진보와 개혁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이제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바람직한 사회경제적, 인간적인 민주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폭압적 권위주의 해체 이후에 무작정 달려온 20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20년을 위해 다시 한 번 투쟁에 나서지 않고서는 모두가 무작정 달려가다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자유와 민주를 위해, 역사의 진보를 위해 스러져간 모든 넋들을 기리며 이제는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