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신문에 쓴 좀지난 글

나누는 도로, 잇는 길

네올 2011. 7. 6. 03:44

[안양시론] 나누는 도로, 잇는 길| 취재기사및 일반기사실
 

나누는 도로, 잇는 길


김인봉(편집위원)


우리의 이웃이 이 달 28일 아침 9시부터 낮 1시까지 예정으로 대야동사무소 뒷마당에서 모여 정부의 수리산 관통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군포시민걷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정부가 광명에서 안양, 군포, 의왕을 거쳐 수원을 잇는 고속도로를 민간자본투자에 의한 방식으로 건설하겠다고 해서다.

정부 말로는 수도권 남쪽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차 막히는 것이 여간 아니게 되므로 이를 풀기 위해서는 길을 닦을 수밖에 없다지만 수도권 남부의 허파 역할을 해온 수리산 환경이 크게 망가지는데 대한 걱정이 크다.

이미 도시외곽순환도로가 수리산 북쪽끝을 꿰뚫고 지나면서 산본천 여덟 곳의 지류 가운데 여섯 곳에서 물이 사라지고, 안양9동 병목안을 타고 이어지던 수암천 계곡의 물도 사라져 마르는 등 생태계가 크게 변한 것을 겪은 까닭이다. 또 잃게 될 환경이 이뿐이 아님은 일일이 말하기에 지면이 비좁을 따름이라는 것은 다 안다.

이 길만이 아니라 석수동에서 관악산을 가로질러 의왕시 청계로 용인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뚫리고 있어서 가슴이 답답하다.


길이란 원래 서로를 이어 통하게 하는데 그 뜻이 있다. 그러나 지금 만들어지는 길은 하나같이 서로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나누고 있다. 산이 나뉘고 들이 나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을 나누고 마을을 나눈다. 고속도로는 손 한 번 흔들지 않고 쌩하니 내빼기까지 한다.

안양을 가로지르는(세로가 맞겠다) 경부선 철로가 만안구와 동안구를 가른 지 백 년이다. 그와 나란히 경수산업도로를 뻥 뚫어 이중 삼중으로 갈라놓은지도 이제 20년이 다되어 간다. 뿐이랴 가로로는 비산네거리를 지나 인덕원까지,  호계신사거리에서 인덕원까지, 범계에서 동일방직까지 이렇게 안양이 나뉘어 있다. 전에는 이웃이었을 이들이 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만 보고 있는 게다. 이젠 바라보고 있지도 않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큰 도로를 만들어 쌩하니 지나칠 수 있게 해놨다고, 빠르게 되었다고 자랑해놓고는 또 그 중간 중간을 싹뚝싹둑 신호등으로 잘라 빨리 못 가게 하는 거다. 그 도로가 허전할까봐 자동차로, 사람으로  아침저녁 채우는 거다. 흐르지도 못하게 해놓은 거다. 이도 저도 아니게 자르고, 막고, 이도 모자라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는 도로의 역설이다.


이런 도로를 왜 만드나? 도로를 만들자고 하는 위정자는 무엇을 보고, 토막치는 위정자는 무엇을 보는가? 어떻게든 목표에만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고 뚫는가? 아니면 지나가면 그만이어서 그런가? 신영복 선생의 강연을 빌어 말한다면 효율과 목표만을 앞세운 ‘도로의 철학’을 버리고  함께 가는 ‘길의 철학’을 지녀야 한다. 나누고, 지나는 칼자국같은 도로를 아물게 해야 한다. 길은 사람과 사람의  가슴 사이에 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