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갖기에도 벅차군요. 다시 내는 원고입니다.
하나를 갖기에도 벅차군요.
김인봉(안양시민신문 편집위원)
지난 시월 초순 우리 안여전 회원이신 박경애이사님과 고향옥회원 송현주시의원 손정욱시의원 그리고 이정심 참교육학부모회 안양지부장님을 모시고 가평 이화원 나들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시는 가을을 마중하러 나갔지요.
우리 안양 근처에도 좋은 곳이 많잖아요. 두물머리하며 수종사며 세미원하며... 그 가운데 특히 용늪과 남한강과 잘 어우러지게 꾸민 물과 연꽃의 정원 세미원을 무척 좋아라 합니다.
이 세미원을 만든 곳(경기문화재단?)에서 가평 자라섬에다 이화원(二和園)을 지었다해서 가려고 한 곳은 가평에 있는 이화원이지만 거기만 가기 너무도 아까운 나들이라 나설 때부터 이곳 저곳 다니고 싶은 욕심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팔당댐을 거쳐 가는 옛길 따라 한가로이 드라이브하며 연신 좋다고들 감탄하고 가는 길에 지금은 폐선된 경춘선 옛 철로 위에 있는 간이역인 능내역 구내로 들어가 시간속의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세미원까지 들렀더랬습니다.
그러다 간 곳이 이화원인지라 여기도 참 좋은 실내온실정원이고 정작 가보기로 한 목표였지만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나봅니다. 원래는 이 곳 한 곳만 보려고 했는데 다들 힘들게 낸 시간이라 아쉬워 가는 길에 좋은 곳 다 보고 싶었던게 마치 과식이라도 한 것처럼 더부룩해져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을을 마중하는 길은 분명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가을 속에 흠뻑 젖어보자 싶어 가을엔 양산 통도사가 너무 좋다는 제 말에 입맛을 다시면서도 당일치기 하기에 너무 부담스러웠던지 꿩대신 닭 모양새로 - 그렇지만 닭도 너무 좋다는 - 강화에 있는 석모도 보문사 나들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밥먹을 곳 한 곳과 석모도 보문사만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한눈팔지 않고 딱 그 곳만 다녀왔습니다.
시간도 없기도 했지만 딱 한 가지만 했더니 그것도 눈썹바위에 있는 마애불을 보러 올라가지 못한 미련을 남겨두고 왔음에도 딱 그것만 감동으로 새길 수 잇어서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역시 과식보다 적당히 먹는 것이 무척 기분좋은 포만감인 것처럼...
학교 다닐 때 소설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라 했던 저는 단편집 읽는 것이 가장 고역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편 소설은 읽기에도 하루가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 읽고 난 여운도 적당히 음미할 수 있었는데 반해 단편은 불과 1시간이면 다 읽어버리게 되어 하루종일 그 여운을 붙들고 있어야 해서 괴로웠습니다. 그것이 싫어 여러 편을 연달아 잃었더니 이것저것이 뒤죽박죽되어 머리가 어지러웠던 그 기억.
그럼에도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도 이것저것 보여주려 욕심내고, 내가 나가도 좀더 많이 보려고 욕심내고... 정작 아이는 엉뚱한 한 가지만 기억해내곤 그게 가장 재미있었단 이야길 하고, 나도 좋았던 것들이 뒤섞여 맛을 잃어버리는 그 허탈함이란... 그러면서도 또 그렇게 하고...
우리는 뭐든 효율을 내세우고 다용도로 쓰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일석이조란 말을 너무나 좋아하고요.
며칠전 기어코 친구들을 꼬드겨 양산통도사를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좋지만 특히 가을날 한적한 산사의 느낌에서 역사의 더깨가 무척이나 두텁게 쌓인 고찰의 느낌까지 정말 내가 좋아라하는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사찰이라 꼭 보고 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딱 한 가지만 보리라는 그 마음으로 통도사 하나만 보기로 하고 갔는데 통도사가 너무 커서 이번엔 한 가지를 쪼갰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암자순례는 다음을 위해 남겨놓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