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 서서 가까운 이들과 가평 이화원 나들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시는 가을을 마중하러 나갔더랬습니다.
우리 안양 가까이 좋은 곳이 많잖아요. 두물머리하며 수종사며 세미원하며…. 그 가운데 특히 용늪과 남한강이 잘 어우러지게 꾸민 ‘물과 연꽃의 정원’ 세미원(洗美園)을 무척 좋아라하는데, 이 세미원을 만든 경기문화재단이 가평 자라섬에다 이화원(二和園)이라는 이쁜 정원을 지었다해서 차마시러 나섰습니다.
가려고 한 곳은 가평 이화원이지만 거기만 가기 너무도 아까운 나들이라 나설 때부터 이곳 저곳 다니고 싶은 욕심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팔당댐을 거쳐 가는 옛길 따라 한가로이 드라이브하며 연신 좋다고들 감탄하고 가는 길에 지금은 폐선된 경춘선 옛 철로 위에 있는 간이역인 능내역 구내로 들어가 시간속의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세미원까지 들렀더랬습니다.
그러다 간 곳이 이화원인지라 여기도 참 좋은 정원이고 원래 가보기로 한 목표였지만 기대만큼 감흥은 오지 않았나 봅니다.
다들 힘들게 낸 시간이라 아쉬워 가는 길에 좋은 곳 다 보고 싶었던게 마치 과식이라도 한 것처럼 더부룩해져버렸습니다.
그래도 가을을 마중하는 길은 분명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가을의 한 가운데 서서는 이제 가을 속에 흠뻑 젖어보자 의견을 모았습니다.
가을엔 양산 통도사가 너무 좋다는 제 말에 입맛을 다시면서도 당일치기하기에 너무 부담스러웠던지 꿩대신 닭 모양새로 - 그렇지만 닭도 너무 좋다는 - 강화에 있는 석모도 보문사 나들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밥먹을 곳 한 곳과 석모도 보문사만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한눈팔지 않고 딱 그 곳만 다녀왔습니다.
시간도 없기도 했지만 딱 한 가지만 했더니 그것도 눈썹바위에 있는 마애불을 보러 올라가지 못한 미련을 남겨두고 왔음에도 딱 그것만 감동으로 새길 수 잇어서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역시 과식보다 적당히 먹는 것이 무척 기분 좋은 포만감인 것처럼…. 학교 다닐 때 소설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라 했던 저는 단편집 읽는 것이 가장 고역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편 소설은 읽기에도 하루가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 읽고 난 여운도 적당히 음미할 수 있었는데 반해 단편은 불과 1시간이면 다 읽어버리게 돼 하루종일 그 여운을 붙들고 있어야 해서 괴로웠습니다.
그것이 싫어 여러 편을 연달아 읽었더니 이것저것이 뒤죽박죽돼 머리가 어지러웠던 그 기억. 우리는 뭐든 효율을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다용도로 쓰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일석이조란 말을 너무나 좋아하고요. 며칠전 기어코 친구들을 꼬드겨 양산통도사를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좋지만 특히 가을날 한적한 산사의 느낌에서 역사의 더깨가 무척이나 두텁게 쌓인 고찰의 느낌까지 정말 내가 좋아라하는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사찰이라 꼭 보고 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딱 한 가지만 보리라는 그 마음으로 통도사 하나만 보기로 하고 갔는데 통도사가 너무 커서 이번엔 한 가지를 쪼갰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암자순례는 다음을 위해 남겨놓자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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