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신문에 쓴 글

불편한 영화가 나와 안양시를 바꾸는군요

네올 2011. 7. 8. 13:56

불편한 영화가 나와 안양시를 바꾸는군요
김인봉 편집위원


올해로 4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가 우리 안양에서도 안양여성의 전화 주최로 지난 10월15일 동안여성회관에서 열렸습니다.

가정폭력 가해자(주로 남편)를 끝내 살해하고 만 여성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침묵을 말하라(Sin by Silence)’와 서른셋 뇌병변 1급 장애인인 김춘림의 일상을 담은 ‘오늘도 난 외출한다’를 비롯해 남녀의 성 역할을 풍자하는 ‘콧수염과 십자수’, 성매매 현실을 고발하는 ‘절대 사라지지 않아’ 등 이렇게 네 편의 단편 영화를 상영했는데, 네 편 모두 보는 내내 남자인 저를 무척 불편하게도 하고 무척 아프게도 했습니다.

조그마한 프로젝터가 만드는 작은 화면에다 화질도 썩 좋지 않았던 것이 마치 의도된 장치이기나 한 것처럼 말이지요. 그 가운데 한 편, ‘저항해야 할 때, 침묵은 사람을 겁쟁이를 만든다(To sin by silence when we should protest makes cowards of men)’라는 에이브러함 링컨의 말에서 따왔다는 영화 ‘침묵을 말하라’는 가정폭력 가해자(남편)를 살해하고만 여성들의 모임 ‘폭력에 맞서는 여성재소자들(Convicted Women Against Abuse)’을 좇아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해 더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겐 어쩌면 집보다 감옥이 더 안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니 여성재소자 가운데 어떤 이는 그렇다고 증언하네요. 이들이 폭력을 쓰지 않는 남편을 만났다면 이렇게 살인범이 됐을까 하는 의문, 아니 그 남편이 폭력을 쓰지만 않았다면 그녀들이 살인범이 됐을까 하는 의문에 더해 이들에게 무거운 징벌을 내리는 것이 사회에 무슨 예방효과가 있으며 또 그녀들에게 무슨 교정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생겨납니다.

정말 다른 건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어쩌다 가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가만히 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잘 보여주는군요. 자신을 죽이고 그 아내를 흉악범으로 만드는….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재소자들 스스로 왜 자신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그 자각을 힘으로 ‘가정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또 자신을 치유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여성재소자를 돕는 것이 또 다른 피해자를 줄이는 길이라는 깨달음을 주는군요.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9초마다 여성 한 명이 폭력을 당하는 현실에서 그 통계를 감소시키는 대화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역할을 하기 바란다’는 올리비아 클라우스 감독의 바람은 이뤄질 것 같습니다.

더불어 우리 안양에서 다소 딱딱한 인권이라던가 가정폭력이라는 주제를 영화라는 대중적인 방법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애쓰는 안양여성의 전화의 바람 ‘가정폭력없는 안양시’도 성공할 것 같습니다.

가정폭력피해자 가족들의 쉼터를 운영하느라 애쓰는 안양여성의 전화와 같은 단체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