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민신문에 쓴 좀지난 글

누가 이들을 데려가 버렸나?

네올 2011. 7. 6. 04:17

시론 - 누가 이들을 데려가 버렸나?| 취재기사및 일반기사실

누가 이들을 데려가 버렸나?

김인봉(편집위원)

 

지난 23일 관양동 농협 수촌지점앞 왕복 10차로 가운데 교통감옥에서, 어릴 때부터 단짝 이송이, 문지정, 박혜준이 열아홉 꽃봉오리를 채 터뜨리지 못하고 스러져 버렸다.

누워 있는 하얀 국화꽃들을 남겨 둔 채, 누가 이들을 우리로부터 데려가 버렸나?

간밤의 일로 피곤한 육신에다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고, 소주 반 병을 들이켰다는 자동차 트라제 운전자 윤씨가 이들을 데려가 버렸나?

운전자 윤씨만 없으면 우리 딸 송이, 지정이 혜준이가 다시는 죽지 않나?

아니다! 빨리빨리라는, 효율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오직 달리는 자동차를 위해 도로를 만들고, 오직 빨리 달리기 위해 자동차를 만들고, 이들을 위해 신호등을 만들고, 이들을 위해 교통섬(감옥)을 만들어 인간을 공격하는 이 땅의 모든 곳이 전쟁터가 되어버려서 살아남기가 너무나 어렵게 되어버렸다.

왕복 10차선 위험한 바다를 여린 육신으로 헤엄쳐나가게 등 떠미는 어른이 있고, 잠재우지 않고 일 시키는 회사가 있고, 자동차는 무시무시한 쇠뭉치라서 살짝만 부딛쳐도 사망내지는 중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피로에 찌든 상태라서 밥먹으면 심하게 졸린다는 것도 알고, 술까지 마시는 윤씨와 그의 일당들이 곳곳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전쟁터에서는 누군가 또 피를 흘리게 되어 있다.

사람이 건너가기에 너무나 넓은 길을 태연스레 만들고,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피해 흰 줄 하나, 파란 신호등 하나에 목숨걸고 건너라는 인간들... 차들이 행여 기다릴세라 매연가득한 곳에다 차들을 방해하는 사람을 가둬놓는 교통감옥을 만든 인간들 때문에 죽지 않기가 너무나 어렵다.

이 연약한 살갗의 인간이 피투성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앞과 뒤, 좌우 양 옆을 동시에 봐야 하는 벌레 처지가 되어버렸다. 인간은 너무나 약해 살짝 부딪치기만 해도 피가 터지고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왜 생각해주지 않나? 왜 연약한 사람이 쇠덩이를 피해다녀야 하나? 약자는 늘 강한 것을 피해다녀야만 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가란 말인가? 왜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갖추지 않는가? 왜 다치지나 않을까?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다녀야 하는가 말이지.

교통감옥을 없애고 도시의 한복판에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도록 만든 왕복 10차선 도로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고 당장에 교통감옥(섬) 옆에 감속차선을 만들고, 안전장치를 보완하여야 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뭐든 만들 때, 뭐든 할 때, 제발 사람 생각좀 해주기 바란다. 사람을 향해 겨누는 것들이 없는지 좀 살펴봐주기 바란다.

Peter,Paul & Mary의 노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을 듣는 내가 너무 괴롭다. 누워 있는 이 흰 국화꽃보다 예쁜 송이야! 지정아! 혜준아! 잘 가라.